- 제도화 12년. 나는 사회적기업가이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이전에는 자활사업 실무자였고, 실무자 이후에는 자활공동체 창립멤버로 여전히 변함없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발굴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골몰한다. 그 세월이 20년이면 나는 나름 1세대 사회적기업가라고 할 만하겠다. 사회적기업가라는 자부심은 지난 20년 동안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었다. 무기였다.
사회복지 전공자로 사회복지기관에 취업했으면 벌써 기관장도 되었을 것이고, 안정을 찾았을까? 하지만 나는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공공성에 기반한 나의 선택들이 조직을 바꾸고 지역을 바꾸고, 종사장들의 주인의식이 나날이 성장하면서, 마침내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하였고, 쉼없이 우리들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혁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즐거운 일이었다. 신나는 길이었다. 건방지게 지난 생을 돌아다보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100세 시대, 조금은 더 성숙하게, 정력적으로 활동해야할 앞으로의 20년과 돌봄을 맞이하기 전 생을 갈무리하는 또다른 20년이 나에게 남았다는 생각에서 유독 사회적기업가로서의 지난 20년에 나는 강박하게 되는 것 같다. 과정에서 애로사항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사회적기업하면 정부 지원 받는거 아니야고 말하면서 자존심에 흠집을 냈다. 그 흔한 사회적일자리 한번을 받아보지 않았는데 말이다. 초창기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익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오해와, 정부 지원 엄청 받을 거라는 편견 속에서 견결히 중심을 잡고 우리의 길을 걸어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자립형 사회적기업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멈출 수 없는 사회서비스로, 지역의 필요를 선도하는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은 휴먼케어와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우리들의 활동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역사회의 연대와 협력의 공동체 문화를 확산하기 위하여 사회적기업은 영업 활동 외에도 끊임없이 지역과 연대하였다. 예부터 힘없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협동한다고 하였던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고, 각종 연대단체 회비 납부까지, 할 수 있는 나눔과 연대를 목숨같이 여긴 이유는 그것이 비로소 사회적경제의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회적기업이 더 지역 속으로, 정책을 선도하며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활동 기반의 주체이기 때문에 당사자조직의 연대가 중요하였다. 4대 사회적경제 부문 중 3대 영역에 모두 포함되는 사회적협동조합 휴먼케어는 지난 세월 더욱 지역과 함께 동분서주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공동의 가치를 투구하면서도 개별 조직 간의 협력과 연대, 정부의 지원체계 제안과 같은, 반복되는 이야기를 각 부문별 개별 협의회를 결성하고 활동을 펼쳐가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했다. 지장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었더라면 한 큐에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참 별로다. 민생법안 처리보다 정쟁이 앞서는 국회는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한탄하기 이전에.... 작년 한해 나는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의 분재 때문에 더 절망하게 되었다. 자부심 넘치는 우리들의 당사자 조직이었는데 말이다. 갈등의 주요원인을 짚어보자. 재단법인 밴드 출현 이전에 민간기금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지역에서 충북사회적경제기금을 출연하였고, 소중한 재단법인 밴드를 통하여 연대와 협력을 체화하고 있는 건강한 우리 사회적기업들에게 참으로 자존심에 흠집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기금은 우리가 만들어서 물주고 키웠는데, 아수라장을 만든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현 집행부들이 감히 우리들의 피땀 어린 사회적기업협의회, 당사자 조직안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사회적기업 구성원들의 헌신과 노고에는 아랑곳없이, 민· 형사 소송을 불사하고 코로나19 속! 현장을 위로하기는커녕, 협의회 조직 본연의 업무마저 마비시킨 지금 집행부의 행태에 분노한다. 더러운 논쟁을 함께 하고 싶지 않다. 이런 부끄러운 상황을 정리하는 일에 영웅으로 나서고 싶지도 않다. 다만, 우리는 그저 지역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지역의 연대와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지난 20년과 다르지 않게 구슬땀을 흘리고 싶을 뿐이다.
사회적금육의 씨앗이 움터오는 이때, 현장에서 모인 기금을 바탕으로 사회적 자원들이 모인 기금이 재단법인 밴드의 원천이다. 그 돈은 너희 현 한기협 상임대표와 몇몇 집행부가 배불리라고 조성된 기금이 아니다. 재단법인 밴드가 시민사회로 자리매김하여 온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미래기금으로 사회적기업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내놓는 것이 합당하다. 다시 한번!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는 현 집행부들의 이해관계에 의하여, 갈등하고 분쟁하여 마침내 뇌사상태가 되어도 되는 너희들의 호구 조직이 아니다. 작금의 이 더러운 작태로 말미암아 뇌사상태가 길어질수록, 사회적 관심은 코웃음치며 사라질 것이고, 현장! 사회적기업가로서의 자부심은 허울만 남게 된다. 우리는 현 집행부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지 않았다. 즉각 이 혼란을 중단하고 정상화할 것을 현장의 사회적기업가로서 요청하는 바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등 지금 너희가 집중해야 할 현안들을 뒤로 하고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인가? |